"일본 과학박물관들은 다양한 실험 장치를 갖추고 학생과 일반인들이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면서 과학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체험학습관이었습니다."
`2009년 과학교사상`을 수상한 과학교사들은 지난달 25일부터 7일 동안 일본 연수를 마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과학교사 38명은 경남 창원의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공장, 일본의 항공과학박물관, 과학기술관, 미래관, 다마로쿠토 과학관, 도쿄국립박물관, 도야마고등학교 등을 방문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고, 매일경제신문사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올해의 과학교사상`은 창의적인 과학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성취도 제고에 기여한 우수 과학ㆍ수학 교사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 박용현 회장 직접 참관
= "일본은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물건을 수집해서 보관, 분류, 관리하는 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국에 박물관이 수만 개에 달한다. 문화를 중시하고 질서를 지키는 일본의 국민의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연강재단 이사장)은 과학교사 일본 연수를 후원하고 4년째 동행한 배경에 대해 "기업 오너가 직접 다녀야 뭔가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연수의 질을 높일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박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교사들이 올바른 기업관을 가지게 된다"며 "이 프로그램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도하고 삼성이나 포스코 등 다른 기업도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학생 과학ㆍ수학 실력이 세계 2~3위를 한다지만 학생들의 과학ㆍ수학에 대한 흥미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이공계 인재를 키워야 미래가 있다. 공과대와 자연계열을 졸업해도 생활이 보장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서울대병원장을 역임한 박 회장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학자ㆍ엔지니어 육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선진국이 되려면 과학ㆍ문화 저변이 넓어야 한다. 미래 과학강국을 위해 정부와 기업들이 과학박물관을 짓는 데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늙어서도 배운 것은 썩지 않는다. 매사에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를 지켜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원자력발전만큼 친환경적이며 효율적인 에너지원은 없다. 태양광발전은 부품 생산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하며 대용량 발전엔 한계가 있다"며 "원천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 회장은 기업의 창의적인 연구개발(r&d) 활동을 지원하는 단체인 산업기술진흥협회 회장직을 단임 조건으로 수락했다.
◆ 체험 위주의 과학박물관
= 교사들은 다양한 연수 소감을 밝혔다. 박재문 금명중 교사는 "일본 과학박물관들은 학생들이 체험을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평했다.
이창재 삼산고 교사는 "퇴직 교사, 원로 교수들이 과학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도우면서 보람을 느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김석갑 제주 추자초등학교 교사는 "지진 체험학습과 정전기 현상 실험이 기억에 남는다"며 "자신의 손을 스캔하고 나서 미세하게 손바닥 세포를 확대시켜 나가면서 자기 dna를 측정하는 기기에서는 일본 과학의 발전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미애 강원과학고 교사는 "미래관 화학 분야 코너에서는 학생이 직접 실험하면서 기체의 성질을 깨닫게 해주는 장치가 설치돼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상대 인천 심곡초등학교 교사는 "몸속을 수술해 보거나 작은 중장비를 제작해 움직여 보는 코너 등 우리나라 과학관도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
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준 대전과학고 교사는 "미래관에서의 이시모 로봇 실연은 어린이에게 미래 과학을 조망하고 동기를 제공했다"고 평했다.
김영준 하남고 교사는 "항공박물관에서 일본이 자체 개발한 자가용 제트비행기 탑승 및 조종 체험은 파일럿이 된 기분이 들 정도로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경원 풍생중 교사는 "과학기술관에서는 에너지 전환을 활용해 작은 힘으로 자동차를 들어올리고 종을 울리고 악기를 연주하는 장치가 있었으며 레이저를 이용한 지우개 만들기는 `와!` 하는 탄성을 내게 했다"고 전했다.
◆ 도쿄 도립 도야마고교 방문
= 김영준 교사는 "도야마고교 지구과학 수업에서 교사 3명이 팀 티칭하는 모습은 배울 만했다"며 "초우량과학고등학교(ssh)와 같이 하나의 정책이 수립되면 1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꾸준함을 우리나라도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은식 충남기계공고 교사도 "학생들이 2인1조로 실험할 과제를 찾고 일련의 현장 견학 등으로 해결하면서 대학이나 전문기관과 연계해 연구 결과를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발표하는 가운데 교사는 안내자나 촉진자 역할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재순 수지고 교사는 "탐구하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정성 어린 첨삭지도 과정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을 자료화해서 전시하는 자세가 배울 만했다"고 말했다.
구교석 대구과학고 교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간 피드백에는 적지 않은 자기 희생이 따라야 하는데 사명감을 갖고 세세히 관리하는 선생님들의 노력은 배워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