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두산연강 외과학술상 수상 교수님 인터뷰

2025년 두산연강 외과학술상 수상 교수님 인터뷰

서울아산병원 김희정 교수

제19회 두산연강 외과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되심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이에 대한 수상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두산연강 외과학술상은 제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한국유방암학회(KBCS)가 함께 걸어온 여정을 돌아보게 하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폐경 전 유방암 연구는 학회 등록사업을 기반으로, 앞서 길을 열어주신 선배 연구자들께서 시작하셨고,그 토대 위에서 아스트라(ASTRRA) 연구가 진행되며 국내외 젊은 여성 환자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연구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고민하고 연구를 이어온 학회의 모든 회원들과 공동 연구진들의 헌신 덕분입니다. 저는 그분들의 노력 위에서 역할을 한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환자의 삶을 중심에 둔 연구를 이어가며, 학회와 함께 한국 유방암 연구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겠습니다.

의학의 많은 분야 중 외과에 관심을 가지고 전공을 정하신 이유를 여쭙고 싶습니다.

전공의 시절, 병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고칠 수 있다’는 외과의 본질적인 매력에 끌렸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방외과는 단순히 종양을 제거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정체성과 삶의 질을 지켜주는 세심한 분야입니다. 수술 후에도 환자와 함께 불안과 두려움을 이겨내며 삶을 이어간다는 점이 저를 이 길에 머물게 했습니다. 환자 한 사람의 회복을 통해 의학의 본질, 즉 ‘삶을 다시 잇는 일’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외과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연구하고 계신 분야와 해당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현재 저는 젊은 폐경 전 유방암 환자의 항호르몬 치료와 통합 치료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ASTRRA 연구는 젊은 환자들이 왜 더 나쁜 생존율을 보이는지를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를 탐구하며 시작되었습니다. 단순히 더 강한 항암치료를 적용하기보다, 무월경과 효과적인 호르몬 억제 치료가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난소기능 저하와 가임력 상실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대두되었고, 이제는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환자의 생존을 지킬 수 있는 가임력 보존 연구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치료 중 혹은 이후에도 임신을 계획할 수 있도록 다학제 상담 프로그램과 의사결정 지원 도구를 개발하며, 젊은 환자들이 치료 이후에도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환자의 호르몬 상태와 생식 기능을 고려한 개별화된 난소기능 억제 및 가임력 보존 치료 지침을 확립해, 젊은 유방암 환자들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두산연강 외과학술상 수상논문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수상 논문인 ASTRRA Ⅱ 연구는 한국유방암학회(KBCS) 연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수행된 다기관 임상 연구로, 45세 미만 폐경 전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 1,483명이 등록되어 무작위로 **타목시펜 단독요법군(742명)**과 **타목시펜 + 난소기능억제요법 2년 병용군(741명)**으로 배정되었습니다. 항암화학요법 후에도 폐경 전 상태가 유지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8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난소기능억제 병용군의 무질병 생존율이 유의하게 높았고(HR = 0.67, P = 0.0027), 시간이 지날수록 두 군 간의 생존율 격차는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무월경 및 효과적인 호르몬 억제 치료가 젊은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는 필연적으로 난소기능 저하와 가임력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라 후속으로 구성된 POST-ASTRRA 연구회에서는 가임력 보존, 지연 재발 예측, 장기 생존 관리 등 젊은 환자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ASTRRA 연구는 한국유방암학회의 협력 연구가 세계적 근거로 발전한 대표적 사례로, 향후 젊은 폐경 전 유방암 환자에게 개별화된 난소기능억제 및 생식-생존 통합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향후 연구자, 의사로써의 계획을 여쭙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젊은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와 생존 관리 연구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ASTRRA 이후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 개개인의 호르몬 상태와 생식 기능을 고려한 개별화된 내분비 치료 전략을 정립하고자 합니다. 또한 난소기능 억제 치료의 최적 기간, 치료 중단 이후의 회복, 그리고 가임력 보존과 임신의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더 확실히 마련하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임상의로서는 연구 결과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의 선택과 삶에 도움이 되도록, 연구실과 진료실을 잇는 역할을 계속하겠습니다. 나아가 다른 나라의 젊은 유방암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국가별로 다른 치료 환경과 제도적 장벽을 함께 극복하고 젊은 환자들의 치료와 삶이 보다 평등하게 개선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두산연강 외과학술상에 지원하는 의사 동료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두산연강 외과학술상은 단순히 연구 성과를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환자를 위해 고민했던 시간과 노력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를 시작할 때는 늘 두렵고, 때로는 결과가 따라오지 않아 지칠 때도 있지만, 그 과정 하나하나가 결국 환자 치료의 근거가 되고, 의학의 방향을 바꾸게 됩니다. 지금 연구를 시작하려는 동료 의사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작은 의문이라도 그 관심을 시작하고,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내가 시작하는 연구가 작은 것 처럼 느껴져도 그 한 줄의 데이터, 그 한 명의 환자에서 출발한 연구가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치료를 바꾸는 근거가 될 것 입니다. 감사합니다.